경제학에서 돈의 가치와 정부 지출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론 중 하나가 바로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이 대규모로 재정을 풀면서 이 이론은 다시금 관심을 받게 되었다. 기존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틀에서 벗어나, 정부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경제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이론은 그만큼 논쟁도 크다. 이 글에서는 MMT의 핵심 개념과 함께, 그것이 왜 주목받고 있으며 어떤 비판을 받는지 살펴본다.
1. 현대통화이론(MMT)의 핵심 개념
현대통화이론의 기본적인 전제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기존 경제학과는 관점이 다르다. 바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주권 국가라면, 자국 통화로 얼마든지 정부 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가 돈이 없어서 지출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결정과 물가 안정만 고려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자국 통화로 발행한 국채를 통해 재정을 확대하고, 중앙은행이 그 국채를 매입하거나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내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재정적자나 국가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충분한 재정지출을 하지 않아 실업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MMT 지지자들은 정부가 완전고용에 이를 때까지 적극적으로 돈을 써야 하며, 재정적자를 걱정해 지출을 줄이는 기존의 사고방식은 경제 성장과 국민 복지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2. 세금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
MMT에서 세금은 단지 정부의 재원 조달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유동성을 회수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가진다. 전통적인 재정론에서는 세금을 걷어서 정부가 필요한 지출을 하고, 그 부족분을 국채로 메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MMT에서는 정부가 먼저 지출을 하고, 그 후에 물가 상승이나 수요 과열을 조절하기 위해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접근을 취한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의 “세금 → 재정 → 경제활동”이라는 구조를 “재정 → 경제활동 → 세금”으로 바꾸는 것으로, 세금의 목적 자체를 다르게 본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주제이며, MMT가 더 큰 논쟁에 휘말리는 이유 중 하나다.
3. 현대통화이론에 대한 비판과 한계
MMT가 주장하는 구조는 매력적이지만, 비판도 거세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아무리 자국 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지나친 재정지출은 결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를 급등시킬 수 있다. 특히 통화 발행이 장기화되면,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하이퍼인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MMT는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무조건 뒷받침하기란 쉽지 않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단기적인 유혹에 따라 과도한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MMT는 경제학계 내에서도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제도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현대통화이론은 정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론이다. 국가가 자국 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왜 복지와 고용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불가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극, 인플레이션과 신뢰의 문제, 제도적 한계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MMT는 단순히 ‘돈을 더 쓰자’는 주장이 아니라, 통화와 재정, 세금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요구하는 이론이다. 앞으로의 경제정책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고 현실화될지, 계속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