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경제학 - 행동경제학 : 인간은 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by simplelifehub 2025. 6. 24.
반응형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경제인’이라 전제한다. 이 이론적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언제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하며, 모든 정보를 완벽히 해석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이와 다르다. 사람들은 종종 명백히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충동 구매하거나, 확률적으로 불리한 복권을 반복해서 사며, 손해를 보면서도 과거에 집착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선택은 전통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행동경제학이 등장한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하여 인간의 실제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사람들이 왜 일관된 방식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낸다. 이 글에서는 행동경제학이 어떻게 전통 이론을 보완하는지, 인간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주요 패턴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연구가 현실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인간은 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1. 전통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인간의 행동

행동경제학이 가장 먼저 도전한 전제는 ‘완전한 합리성’이다. 실제 인간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과 인지 능력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상태에 머문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마트에서 수십 개의 치약 중 어떤 제품을 고를지 결정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전통 경제학이라면 소비자는 가격, 용량, 성분, 브랜드 신뢰도 등을 모두 비교한 뒤 효용이 가장 큰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익숙한 브랜드를 고르거나, 눈에 띄는 문구나 할인 스티커에 이끌려 결정을 내린다. 이는 인간의 뇌가 복잡한 계산보다 직관이나 습관, 감정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실제 행동을 실험과 관찰을 통해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일정한 규칙성과 심리적 편향을 찾아낸다.

2.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끄는 심리적 편향들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대표적인 비합리성의 원인 중 하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 대해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는 ‘이득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두 배 크다’는 실험 결과로 증명되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수익이 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 가능성 때문에 투자를 회피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나치게 오래 붙잡기도 한다. 또 다른 대표적 편향은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다. 사람들은 먼 미래보다 당장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외면하고 눈앞의 보상을 택한다. 예컨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함을 알고 있어도, 당장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 쪽을 선택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확증 편향’, ‘대표성 오류’, ‘기준점 효과’ 등 다양한 인지적 오류들이 인간의 선택을 왜곡한다. 이러한 편향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일관되게 반복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이고 예측 가능한 특징을 가진다.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을 포착하여 경제 분석에 통합시킨다.

3. 행동경제학이 현실에 미친 영향

행동경제학은 단순히 인간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비합리성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는 데 기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넛지(nudge)’ 이론이다. 넛지는 법적 강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환경 설계다. 예를 들어, 연금 가입을 ‘선택’이 아닌 ‘기본 설정’으로 두면 사람들의 가입률이 크게 높아진다. 또 학교 급식에서 건강한 음식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하면, 아이들의 섭취율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러한 조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작은 개입이지만, 놀라운 행동 변화로 이어진다. 행동경제학은 금융 소비자 보호, 건강 증진, 에너지 절약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실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나 가격 책정, 사용자 경험 설계 등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단순한 학문적 영역을 넘어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경제학이 단지 숫자와 모델로 구성된 분석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현실 친화적인 학문’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감정, 직관, 습관, 기억, 편향—all 이들이 우리의 선택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적인 경제학에 도달하게 된다. 이 학문은 기존 경제학이 무시했던 영역, 즉 인간의 마음과 인지의 세계를 경제 분석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나은 정책을 설계하고, 실생활의 선택을 이해하며, 때로는 스스로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얻게 된다. 행동경제학은 비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비합리성 속에 숨은 질서를 찾아내고, 그 위에 더 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세우려는 시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