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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 행동경제학이 기존 이론에 던진 도전

by simplelifehub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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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을 ’ 합리적인 경제인(homo economicus)’으로 간주해 왔다. 이 모델에서 인간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상 논리적이고 일관된 선택을 한다. 그러나 실제 삶 속에서 우리는 충동적으로 소비하고, 손실을 과도하게 두려워하며,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비합리적인 선택들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심리학, 인지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경제학에 접목해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보다 사실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제시한 ’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은 이러한 전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연구다. 그들은 사람들의 선택이 기대 효용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느끼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행동겨제학이 기존 이론에 던진 도전

1.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가?

행동경제학의 핵심 전제는 인간이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속에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정보는 완전하지 않고, 인지 능력은 유한하며, 결정해야 할 문제는 너무 복잡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확률을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나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ness bias) 같은 인지 오류에 자주 빠진다. 실제로 보험 가입을 결정할 때, 사람들은 객관적인 사고보다는 최근에 들은 사고 소식이나 주변인의 경험에 훨씬 더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환경, 인식, 감정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존 이론의 완전한 합리성 가정에 의문을 던진다. 또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나 기본점 설정(anchor effect) 등 인간 심리의 취약성도 경제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장이 자동으로 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전제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

2. 정책에 활용되는 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은 단지 이론적인 반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설계에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개념은 ‘넛지(nudge)’ 이론이다.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사람들이 특정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면서도 자유는 보장하는 ‘부드러운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가입을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해두면, 사람들이 탈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가입 상태가 유지되므로 결과적으로 가입률이 크게 증가한다. 이는 선택의 자유는 그대로 둔 채 사람들의 행동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영양 라벨 표시, 장기기증 동의 방식 변경, 전기 사용량 비교 안내 같은 수많은 정책이 이러한 행동경제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방식은 이제 경제 정책의 실질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 기후위기, 금융교육 같은 복합 문제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3. 시장과 인간 행동의 재조명

행동경제학은 시장이 전능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격만으로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고전 경제학의 전제는,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반응할 때만 성립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할인 판매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미래의 이익보다는 눈앞의 손실을 피하려는 선택을 하며, 일관성 없는 소비 습관을 반복한다. 이러한 행동은 금융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군중심리에 휩쓸리며 버블을 만들고, 과거 손실을 만회하려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전체 시장의 비효율성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점에서 ‘인간적인 시장’, 즉 비합리성이 반영된 현실의 시장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결과, 완전 경쟁이라는 이상형보다 불완전한 인간과 복잡한 사회적 조건에서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하게 된다. 이 같은 접근은 경제학이 보다 현실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든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은 이제 경제학의 새로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수학적 정합성에 초점을 맞추던 경제학이 사람의 감정, 습관, 비논리성까지도 고려하게 된 것은 큰 전환이다. 이제 경제학은 더 이상 ‘이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실제의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행동경제학의 등장은 경제학이 보다 인간적인 학문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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