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경제학은 모든 시장 참여자가 완전한 정보를 가진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 전제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효율적으로 결정되고, 시장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자원이 최적으로 배분된다는 결론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은 그렇지 않다. 거래 당사자 간에 정보의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은 거래를 왜곡하고 시장의 실패를 야기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문제에 주목한 것이 정보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이다. 이 분야는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조지 애컬로프, 마이클 스펜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이 비대칭 정보의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이론화하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 비대칭 정보란 무엇인가?
비대칭 정보란 거래의 한쪽 당사자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을 생각해보자. 판매자는 차량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겉보기 외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매자가 항상 나쁜 차량을 살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제대로 된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차량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레몬시장(lemon market)’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애컬로프가 제시한 유명한 사례이며, 시장의 실패가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2. 신호와 선별: 정보 격차를 줄이는 전략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호 보내기(signaling)’와 ’선별(screening)’이다. 신호 보내기는 정보의 열위에 있는 측, 예컨대 기업이 자신이 우수한 인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학력을 갖추는 것과 같이 자신의 품질이나 능력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다. 마이클 스펜스는 이런 행위를 통해 고용시장에서 근로자의 능력 수준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선별은 정보의 우위에 있는 측, 예컨대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설문이나 건강검진을 요구함으로써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구분하려는 방식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선별 기제를 통해 정보의 불균형을 줄이고, 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계약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정보경제학은 단지 시장 실패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며 경제학의 지평을 넓혔다.
3. 실생활과 정책에 미치는 영향
정보의 비대칭은 단지 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거의 모든 경제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 시장에서는 투자자보다 기업 내부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나 역선택 문제는 자본 조달의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 보험 시장에서도 보험가입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지만, 보험회사는 가입 전에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높은 보험료로 이어지거나, 아예 일부 소비자가 보험 가입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공개 의무화, 공시 제도 강화, 표준화된 계약서 도입 등 다양한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 비대칭은 오히려 소비자보다는 플랫폼 기업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된 ‘역방향의 비대칭’ 문제로도 전환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보의 투명성과 접근성, 그리고 정보의 공정한 사용 여부는 앞으로 경제정책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보경제학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주며, 전통경제학의 이상적인 가정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무너지는지를 지적하는 중요한 학문적 전환점이다. 특히 정보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오늘날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는 이 이론이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이다. 기업, 정부, 소비자 모두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대칭적인 정보 환경이 전제되어야 하며, 정보경제학은 그 전제 조건을 성찰하게 만드는 매우 유효한 프레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