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학파 중 하나는 단연 신고전학파(Neoclassical Economics)다. 고전학파의 시장 중심적 사고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보다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다듬고, 인간의 합리적 선택과 한계 개념을 중심으로 체계를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후반부터 등장해 20세기 중반까지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효율성 중심의 정책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기반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이유로 현실성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어떤 전제 위에 세워졌는지, 그리고 그 이론이 가진 구조적 한계는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본다.
1. 합리적 인간과 한계 효용: 신고전학파의 핵심 기둥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 활동을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해석한다. 모든 개인은 자신에게 가장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선택을 한다는 가정하에,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고 시장이 자원을 배분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추가로 소비할 때 얻는 만족감이 점점 줄어든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가격 결정과 수요 곡선을 설명한다. 동시에 생산자도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생산 요소를 조합하며, 이 역시 ‘한계생산성’ 개념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이론은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시장 균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는 경제학을 사회과학에서 실증 분석 가능한 학문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효율적 시장, 완전 경쟁, 가격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는 이 이론의 핵심 전제다.
2.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한계와 비현실성
문제는 이 모든 이론이 매우 강한 가정 위에 서 있다는 데 있다. 먼저 ‘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선택 가정은 현실에서는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인간은 종종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정보는 불완전하고 시간도 제한적이다. 또 완전경쟁 시장이라는 가정 역시 현실에서는 드물다. 대부분의 시장은 과점이나 독점의 형태에 가깝고, 가격은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아 경직적이다. 더불어 신고전학파는 소득 분배나 사회 정의 같은 문제를 경제적 효율성에 비해 후순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효율적인 시장이 곧 바람직한 사회를 만든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지만, 현실에서는 효율성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금융 위기나 환경 문제처럼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고전학파의 모델은 설명력을 잃는다.
3. 현대 경제학 속 신고전학파의 위치와 영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미시경제학에서는 소비자 이론, 생산자 이론, 일반균형 분석 등이 모두 이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대학 교과서 대부분도 이 모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또한 거시경제학에서도 초기에는 신고전학파적 사고가 지배적이었고, 케인즈주의의 등장 이후에도 신고전학파는 ‘신고전학파 종합’(Neoclassical Synthesis)을 통해 일정 부분 융합되었다. 오늘날에도 ‘신고전파’ 혹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정책적 접근에 반영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이나 제도경제학, 정보경제학 등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신고전학파 모델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경제학이 보다 현실을 반영하고,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완전하지 않지만, 경제학이 체계적인 분석 도구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이론의 출발점이 되는 전제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평가하는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학이 단지 수학적 모형이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도구라면, 우리는 신고전학파가 남긴 분석의 정교함과 동시에 그 한계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그 복잡한 구조를 해석할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