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며 성장을 지속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전통 경제학은 이러한 체제를 자원의 효율적 배분 구조로 설명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곧 사회 전체의 복지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마르크스 경제학은 이 구조의 내부를 정면으로 해부하며, 그 이면에 숨겨진 ‘착취’, ‘계급 갈등’, ‘자본의 자기 증식’이라는 동력을 분석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단순한 시장 체제가 아니라,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계급 사이의 구조적 불평등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았고, 그 핵심은 바로 자본의 축적 과정에 있다고 보았다. 이 글에서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자본 축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계급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이 이론이 현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주는지 살펴본다.
1. 자본 축적의 원리와 잉여가치의 개념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자본 축적은 단순한 부의 축적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의 생산물 중 일부를 무상으로 취득하는 과정, 즉 ‘착취’를 제도화한 구조로 설명된다. 마르크스는 노동이 모든 가치의 원천이라고 보았으며,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 중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임금으로 받고, 나머지 잉여가치는 자본가에게 귀속된다고 봤다. 이 잉여가치가 바로 자본 축적의 원천이다. 즉, 자본은 스스로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탈취’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주장이 아니라, 임금은 고정되어 있는 반면 생산성은 점점 높아지는 현실의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끊임없는 경쟁과 기술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잉여가치를 추출하려 한다. 따라서 축적은 생산력 향상이 아닌 착취율의 심화와 불평등의 확대라는 본질적 특징을 가진다.
2. 계급 구조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이라는 두 대립적 계급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노동자는 그것을 소유하지 못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 관계는 법적으로는 계약과 자유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자본에 의한 지배와 의존의 관계다. 계급 구조는 단지 경제적 구분만이 아니라, 삶의 양식, 정치 참여, 교육, 문화 소비까지 모든 차원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며, 마르크스는 이것이 결국 자본주의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수단은 점점 더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의 노동자는 점점 더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되며, 이로 인해 자본주의는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채 위기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계급 구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단순한 노동자-자본가 구분을 넘어 플랫폼 노동, 금융 자산 격차, 주거 불평등 등 새로운 형태의 계급 분화로 확장되고 있다.
3.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의 시사점
마르크스 경제학은 19세기 산업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탄생했지만, 그 분석 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금융 자본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심화되며,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는 지금의 구조는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의 축적 논리와 정확히 부합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가 단지 기술 발전이나 시장 확장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계급 모순을 누적해 가는 체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의 경제 위기를 단지 일시적 조정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병리 현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또한 공공재의 시장화, 사적 소유의 확장, 불안정 노동의 만연, 주기적인 금융 위기 등은 마르크스적 분석의 유효성을 다시 확인하게 해 준다. 물론 마르크스주의는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이론은 아니며, 역사적 경험 속에서 다양한 비판도 존재해 왔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불평등, 위계 구조, 노동의 소외 같은 문제를 성찰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 통찰은 지금도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단순히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는 깊은 구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인간 삶이 어떻게 규정되고 제한되는지를 통찰하려는 시도다. 자본 축적과 계급 구조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며, 이를 무시한 채 경제를 설명하거나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마르크스주의는 단지 과거의 이론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불평등과 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묻고자 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이자 비판적 사고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