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기본소득제가 주목받고 있다. 기본소득제란 일정 금액의 현금을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기존의 선별적 복지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소득 수준, 고용 여부, 자산 상태와 무관하게 모든 개인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받는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구조는 행정 효율성과 포괄성,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존엄을 지키는 수단으로 강조되며, 특히 자동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제도를 넘어 경제의 구조적 전환기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경제학적 전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1.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와 기대되는 변화
기본소득제의 가장 큰 장점은 소득 안정성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생계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에게는 예측 가능한 소득이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소비 심리를 안정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은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율성과 선택권을 강화하는 기능도 갖는다. 일부 연구에서는 기본소득이 창업 활동이나 교육 재도전, 돌봄 노동과 같은 비시장 활동의 확대를 유도한다는 결과도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경제 자극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재편과 소비 구조의 다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복지 행정의 효율성도 향상된다. 기존의 복지 제도는 대상 선정, 자산 조사, 조건 심사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수반하는데 반해, 기본소득은 보편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단순하고 명확한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 재원 조달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문제
기본소득제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막대한 재원이다.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는 기존의 복지 예산을 통합하거나, 새로운 조세 항목을 신설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한 정치적, 경제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조세 부담이 중산층 이상에게 집중될 경우, 보편적 복지에 대한 수용성은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제도 시행에 필요한 국민적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근로 유인 저하’에 대한 우려다. 일정 금액이 무조건 지급될 경우, 저소득층 일부는 일하지 않아도 생계가 유지된다는 심리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물론 일부 실험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제한적으로 나타났으며, 대다수는 오히려 일을 지속하거나 더 나은 기회를 모색하는 데에 기본소득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 규모로 확대할 경우, 이러한 ‘의도치 않은 결과’는 보다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 제도와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완전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 예컨대 장애인 지원이나 의료 보장 등은 별도의 정책으로 보완되어야 하며, 기본소득이 이들 정책의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결국 기본소득의 재원 구조와 정책 조합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운영 철학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3. 실험 사례와 글로벌 도입 논의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제도의 실제 효과와 한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실험을 통해 2,000명의 실업자에게 매월 560유로를 지급했으며, 그 결과 피실험자들의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는 개선되었으나 고용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일부 도시에서도 기본소득 유사 실험이 진행되었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NGO 주도의 기본소득 프로젝트가 시행되어, 최소소득이 생존 기반을 안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등 지역 단위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 실험들은 대부분 소규모이거나 특정 계층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제도의 전체적 파급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제도의 효과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관, 조세 수용성, 노동시장 구조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분석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단순히 ‘모두에게 돈을 나눠주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의 역할과 경제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 사회, 윤리적 판단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문제이며, 쉽게 찬반을 나눌 수 없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 복지 체계가 더 이상 변화하는 사회 구조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이를 둘러싼 실험과 제도 설계는 미래 경제학의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