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의사결정은 종종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대응이 다시 나의 결과를 바꾸는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움직인다. 이러한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게임이론(Game Theory)이다. 게임이론은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학, 심리학, 생물학, 심지어 군사 전략까지 아우르는 범학문적 분석 도구로 발전해왔다. 이 이론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어떤 전략이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합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게임이론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고, 그것이 어떻게 실제 경제 및 사회 현상에 적용되는지를 서술한다.
1. 게임이론의 기본 구조와 개념
게임이론은 ‘플레이어’, ‘전략’, ‘보수(payoff)’의 세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각 플레이어는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전략을 가지고 있고, 그 전략 조합에 따라 각자의 보상이 달라진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대표적인 예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두 용의자가 따로 심문을 받을 때, 서로 협조하면 가벼운 처벌을 받지만, 한 명이 배신하면 배신자는 풀려나고 협력한 쪽은 중형을 받는다. 만약 둘 다 배신하면 둘 다 중형을 받는다. 이 게임의 핵심은 서로 협력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경우 결국 둘 다 불리한 결과를 맞게 된다는 데 있다. 이처럼 게임이론은 개별 이익의 추구가 어떻게 집단 전체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은 게임이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각 플레이어가 상대방의 전략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전략을 바꾸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를 의미한다. 즉, 누구도 자신의 선택을 바꿔도 이득이 되지 않는 상태가 바로 균형이다. 내시균형은 많은 경제적 현상을 분석할 때 기본적인 분석 틀로 작용하며, 시장 경쟁, 가격 책정, 협상 전략 등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2. 경제활동에서의 게임이론 응용
게임이론은 이론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기업 간 가격 경쟁은 반복 게임(repeated ga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때, 한쪽이 가격을 낮추면 경쟁사도 가격을 인하하게 되고, 이는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게임이 반복된다는 전제하에서는 암묵적인 협력이 가능해진다. 양측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담합(collusion)과도 관련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균형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입찰 경매, 인수합병, 공급자와 수요자의 계약 협상 등에서도 게임이론은 중요한 분석 도구로 쓰인다. 경매에서는 참여자들이 타인의 입찰 전략을 예측해 최적의 가격을 제시해야 하고, 기업 간 협상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상대방의 유인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게임이론은 이처럼 서로가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3. 전략적 사고의 확장: 정책, 정치, 국제 관계로
게임이론의 영향력은 단지 경제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치적 협상, 국제 무역, 군사 전략 등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예를 들어,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서로 핵무기를 보유한 두 국가가 대치하고 있을 때, 한쪽의 공격은 곧 상호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라는 전략적 게임 상황으로, 오히려 균형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된다. 또 국제 무역 협상에서는 각국이 관세 정책이나 시장 개방을 카드로 삼아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협상 게임’이 전개된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는 공공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조세 정책이나 보조금 정책 설계 시, 정부는 기업이나 개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예측해야 한다. 너무 높은 세금은 조세 회피를 유도하고, 과도한 보조금은 의존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은 이러한 대응 예측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를 가능하게 만든다.
게임이론은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행동을 이해하고, 나아가 보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사고 도구다. 단순한 수학적 계산을 넘어,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고, 장기적인 결과를 내다보는 능력은 오늘날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이론은 바로 그 복잡함 속에서 통찰을 제공하는 프레임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경쟁을 넘어서 협력의 가능성까지 모색할 수 있다.